강남제이비뇨기과

권말부록
의료현장 에세이 \"의사와 환자가 만났을 때\"


비뇨기과 | 박천진(강남J비뇨기과원장)

재혼한 중년 남자의 고민


하지 않던 일을 새로 시작하려면 걱정이 앞서는 법이다. 습관적으로 해오던 모든 일들을 하루아침에 다 허물고 새 출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상사가 그럴진데 새 사람을 맞는 일이야 오죽하겠는가.

중견 사업가인 황씨(46)는 3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 자리를 대신하길 게을리하지 않던 좋은 아버지였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좋은 아빠로만 머무르게 하지 않았다. 주변 친지들까지 합세하여 36세 처녀와 결혼식을 올릴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신혼의 재미를 채 누릴 새도 없이 그는 고민을 안고 병원을 찾아왔다.

“8년 전에 정관 수술을 받았습니다. 저로선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아내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아요.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처녀의 몸으로 제게 시집오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아이도 아이지만….”

황씨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제가 영 밤 일이 신통치 않아서, 이것 참. 이것도 안하다가 하니까 잘 안되네요. 허허.”

그렇게 너털웃음을 웃었지만 황씨의 속은 안 들여다봐도 알 것 같았다.

표면적인 문제는 일단 출산이었다. 정관 수술을 받아 임신 능력이 없는 남자와 엄마가 되고 싶은 36세 여자의 꿈이 부딪친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닌 듯 싶었다. 새로 맞이한 아내는 좋은 남편 못지 않게 자상한 파트너, 멋진 남자를 기대했지만 첫 아내와 사별 후 장시간 성생활이 없었던 황씨는 ‘약한 남자’일 뿐이었다.

“남자끼리 하는 얘기지만, 정말 젖 먹던 힘까지 내요. 하지만 아내의 몸이 달아오르지 않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미 내 물건은 힘이 빠졌고, 그러면 아내가 슬그머니 몸을 빼며 이렇게 말합니다. ‘난 했는데 당신 아직 안 했어요?’ 물론 거짓말이지요. 허허.”

그의 웃음이 참으로 공허했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 재혼을 했는데 황씨는 오히려 좌절감을 맛보고 있었다.

“늦은 결혼이니 만큼 잘 했다는 생각을 갖게끔 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원하는 임신도 할 수 없고, 또 그 재미도 못 느끼게 하는 제 자신이 한심스럽네요.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왔습니다.”








지속력 떨어지는 발기부전
우선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시청각 발기 유발검사에서 음경의 팽창도는 양호하지만, 강직도와 지속력에 문제가 있었다. 자가발기 유발검사도 마찬가지였다. 설령 그가 정관 복원 수술에 성공하더라도 정상적인 성생활을 기대하기 힘들고 아기를 갖기란 더욱 요원한 일이었다.

“정관수술로 8년이나 묶인 상태로 있었으니, 복원수술을 해도 임신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회복시킬 방법이 전혀 없을까요?”

그의 얼굴에 절망의 빛이 어른거렸다.

“정관 복원 수술 성공률은 90% 이상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임신 성공률은 60%를 밑돕니다. 현재 상황은 임신 성공 여부를 따질 시점이 아닙니다. 발기부전이 더 큰 문제입니다.”

말하자면 황씨는 정관 복원과 발기부전에 대한 두 가지 수술이 모두 필요한 환자였다. 결국 부인을 불러 수술에 따르는 제반 상황을 설명한 후 부부 합의하에 수술에 들어갔다. 먼저 보형물을 삽입한 후 정관 복원 수술을 동시에 하는 다소 복잡한 케이스였다. 수술 후 대기실에서 노심초사 기다리던 새댁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어 왔다.

“선생님, 괜찮겠습니까?”

“두 가지 수술 모두 잘 됐으니 너무 염려 마십시오.”

퇴원하고 한 달 후 3조각형 음경 보형물을 작동시켜 발기를 유도한 다음, 사정을 통해 정액 검사를 해보았다. 현미경 렌즈 위에 정충들이 활발하게 꼬리치며 움직이고 있었다. 기뻐하는 황씨에게 반드시 보름이 지난 후에 잠자리를 같이 하라고 일러주었더니, 마치 새신랑이 첫날밤을 약속 받은 듯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병원을 나섰다. 처음 상담하던 날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4개월이 지난 어느 날, 득달같이 달려온 황씨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성공했어요. 아내가 임신했습니다. 요즘 제가 밤에 펄펄합니다. 아내가 불그스레해진 얼굴로 파고들 땐 새로 태어난 기분입니다.”

목소리까지 힘이 넘쳐흘렀다. 남자에게 있어 성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마흔 여섯을 넘기던 해, 황씨는 그토록 바라던 2세를 얻었다. 늘그막에 딸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은지, 아니면 사업이 잘 되어 겨를이 없는지 이후 소식이 뜸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던가. 아내의 지극한 사랑을 받느라 정신없어 그럴 거라고 믿고 있다.